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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탐구/동양영성

[도가] 열자 - 불길 속을 왔다갔다할 수 있는 사나이

by 하늘의흐름 2018.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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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 속을 왔다갔다할 수 있는 사나이


진(晋)나라  재상이었던 조양자(趙養子)가 부하 10만 명을 이끌고 중산(中山)으로 사냥을 나갔다. 온 산을 헤집고 다녔지만 짐승 그림자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을 지르면 동굴이나 바위틈에 숨어 있던 짐승들이 나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산에 불을 질렀다. 연기와 함께 불길이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그때 저쪽 바위 절벽에서 무언가가 나오더니 연기와 함께 치솟아 오르는 불길 속을 오르락 내리락하는 모습이 보였다. 사람들은 모두 괴물이 아닌가 했다. 불길이 사그라지자 그것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기이하게 생각한 조양자는 그 모습을 분별할 수 있을 만큼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히 살펴보았다. 얼굴과 이목구비가 괴물이 아니라 틀림없는 사람이었다. 더욱 놀란 조양자가 그 사람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아니 당신은 보아하니 사람인데 어떻게 바위 속에서 살고 불길 속을 왔다갔다할 수 있는 것이오?"

 그 사람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무엇이 바위이고 무엇이 불인가요?"

조양자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어허, 아까 당신이 나온 곳이 바위이고 당신이 조금 전에 지나온 곳이 불구덩이 아니오?"

그 사람이 대답했다.

"글쎄요. 저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후에 이 이야기를 들은 위(魏)나라 귀족 문후(文候)가 공자의 제자 자하(子夏)에게 물었다.

"선생은 불길 속을 오르락내리락했다는 사람 얘기를 들은 적이 있소?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그럴 수 있는 것입니까?"

자하가 대답했다.

"저의 스승이신 공자님 말씀에 따르면 '만물과 조화를 이룬 사람은 어떤 것도 그를 해치지 않으며, 바위 속을 방 드나들듯이 드나들고, 불 속으로 걸어 다닐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자 문후가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선생도 그와 같이 할 수 있습니까?"

"아니오. 저는 마음 비우는 공부가 덜 되어서 그처럼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는 말만 전할 뿐이지요."

"그러면 당신의 스승이신 공자께서는 그렇게 할 수 있습니까?"

"예, 그렇게 할 수 있는 분이지요. 하지만 그런 특별한 행동을 하는 것을 좋아하시지 않습니다."

이 말은 들은 문후는 마음이 흡족했다. 그리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


- 열자 샴발라 총서 8, 시공사 83~8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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