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진리탐구/동양영성

[유가] 채근담 82장

by 하늘의흐름 2018. 2. 27.
반응형




82. 군자는 한 번 있었던 일을 

마음에 오래 담아두지 않는다. 

일이 오면 오는 대로 응하고, 

가면 가는 대로 잊어, 

마음을 항상 비워 둔다. 


성긴 대숲에 바람이 불어오면 댓잎이 산들거리며 무엇인가 소리를 낸다. 

그러나 그것은 바람이 불어올 때 그때뿐이다. 

바람이 지나간 뒤에까지 대나무가 그 소리 를 머물게 두지는 않는다. 

바람과 함께 보내버리고 마는 것이다. 


차가운 연못 위를 기러기가 날아가면 율동적인 한 그림자가 연못을 미끄러져 간다. 

그러나 그것은 기러기가 날아갈 때 그때뿐이다. 

기러기가 지나가 버린 뒤에 까지 연못이 그 그림자를 붙잡아 두지는 않는다. 

기러기와 함께 자취 없이 보내버리고 마는 것이다. 


사물이 오면 오는 대로 응하고, 가면 또 가는 대로 보내어 

흔적을 남겨두지 않는 대나무와 연못, 

그것은 흡사 군자의 마음과도 같은 것인가!


도덕이 높은 군자는 한 번 있었던 일을 

마음에 오래도록 담아 두는 일이 없다. 

사물이 오면 고요하던 마음이 비로소 움직여 그에 따라 알맞게 응하고, 

사물이 가버 리면 가는 대로 그 일은 깨끗이 잊고 

마음이 다시금 공허한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다.


군자의 마음은 고요하여 항상 비어 있다. 


그래서 군자는 허다하게 들이 닥치는 변화로운 사건을 

그때마다 다 알맞게 처리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군자는 마음 을 써도 써도 피로할 줄을 모르는 것이다. 



風來疎竹호되 風過而竹不留聲하고 

雁度塞潭호되 雁去而潭不留影하나니 

故로 君子는 事來而心始現하고 

事去而心隨空이니라. 



바람이 성긴 대숲에 불어오되 

바람이 지나가버리면 

대나무는 소리를 담아두지 않는다. 

기러기가 차가운 연못을 건너되 

기러기가 가버리고 나면 

연못은 그림자를 남기지 않는다. 

그러므로 군자는 사물이 오면 마음이 비로소 나타나고 

사물이 없어지면 마음도 따라서 비어버린다.




홍자성의 저서인 채근담은,

유가적 입장에서 도가와 불가를 포용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래서 단순한 처세를 말하지 않고,

마음을 다스리며 세상의 일에 임하고, 

물러난 뒤에도 어떻게 마음을 다스릴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