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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야독

[인문] 색채의 본질

by 하늘의흐름 2017.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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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의 본질 - 8점
루돌프 슈타이너 지음, 양억관ㆍ타카하시 이와오 옮김/물병자리


이 책은 상당히 새롭고 신선했다.
오컬티스트 아니랄까봐 오컬트적인 개념들이 상당히 뿌리깊게
논의되고 있었다.

신지학회에 몸을 담았다가 인지학이라는 새로운 학파를 만들 정도이니
그의 능력은 역시 보통이 아니라고 볼 수 있겠다.

우주의 진화과정에 대해서 알 필요가 있다.
크게 토성기->태양기->월(月)기->지구기의 4단계로 정리할 수 있다.
토성기는 초기상태로 광물만 있었다. 여기에 작용하는 에너지는 열 밖에 없었다.
다음으로 태양기에는 광휘체(빛물체), 공기체(기체)가 생성되고 식물이 등장했다.
그 후 월기에는 물이 생성되었고, 동물이 등장했다.
마지막으로 지구기에는 땅이 생성되었고, 인간이 탄생했다.


이걸 자세히 보면 4원소설에 우주의 진화과정을 결합한 것을 볼 수 있다.
열과 빛은 불에 해당하고, 기체는 공기에, 물은 물에, 땅은 흙에 해당한다.
사물의 수준도 광물->식물->동물->인간으로 진화해나간다.
인간 다음은 신이다.

여기서 또 하나 놀라운 점은 광물이다. 광물의 색상은 신들이 창조행위를 흔적으로 남겨 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팔레트에 물감을 풀어쓰지 말고, 항아리에 물감을 담아놓고 액체 상태의 물감을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었다. 그래야만 우주의 진화과정이 캔버스에 역동적으로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주의 진화과정에서 지구기만 고체를 상징한다. 월기는 액체를 상징한다. 태양기는 기체를 상징한다. 그리고 우주의 진화과정에서 기체->액체->고체의 순서를 밟고 내려온다. 시간이 지날 수록 굳어지고 물질적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또한 눈에 띄었던 개념 중 하나는 서사시와 연극에 대한 인식이었다. 서사시는 천상의 신들을 지향하고, 연극은 지하의 신들을 지향한다는 개념이었다. 서사시의 대표적인 사례로 호메로스의 오디세이가 있다. 연극은 디오니소스 신을 묘사하기 위해 많이 쓰였다. (실제로 디오니소스 신외에도 여러 신들을 표현하는데 쓰였지만.)

뮤즈의 존재를 언급하면서, 현대사회는 모방만을 행하고 있지 진정한 창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었다. 기계화되고 자연주의에 함몰된 현대주의의 경직된 사고방식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었다. 오히려 예전방식으로  신에게 청원하고, 기도하여 신의 이야기를 전하던 그들의 모습이 진정한 창조에 가까웠다고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이 점에 있어서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현대사회의 사고 방식은 틀에 박혀있다. 창조적인 정신은 물질주의와 자연주의 속에, 또 과학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종교 속에서 실종되고 말았다.

또한 슈타이너는 독특한 감각으로 색채를 해설한다. 이런 색채에 대한 체험은 스스로가 체험함으로서 얻어지는 주관적인 지혜에 가깝다. 본인은 주관적인 것이 아니라고 부정하고 있지만, 주관적인 인식이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의 색에 대한 해설을 들어보면 역시 오컬트학문에 맥이 닿아있음을 눈치챌 수 있다.

카발라에는 10개의 세피로트가 배정되어 있다. 그리고 각 세피로트에는 색이 배정되어 있다. 그리고 그 색상은 또한 4개 단계로 나눠져 있다. 그래서 총 40가지 색상이 카발라에 배정되어 있다. (22경로에도 색상이 배정되어 있는지는 나도 알지 못한다. 아직까지는 들어본 바가 없다.)

무튼 이 책에서는 색채 외에도 음(소리) 체험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음들이 차크라와 대응된다는 점은 오컬트 서적을 탐독한 사람들이라면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것이다.

슈타이너의 대단한 점은 이런 오컬트적인 논의들을 단순히 신비적인 면모에 그치게 하지 않고 삶 속에서 나타내고 표현하면서 사회적인 업적을 이루었다는 점에 있다.

 수 많은 업적들 중에 손에 꼽자면 직접 창시한 인지학이나, 발도르프 교육. 그리고 괴테아눔등이 대표적인 업적이다.

그의 사상이 단순히 방구석 사상에 불가했다면 인지학협회가 지금까지 존속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의 생애적인 특성을 보면 괴테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던 걸 볼 수가 있다. 그래서 색채에 대한 논의에 있어서도 괴테를 빠짐없이 언급하고 있다.

루돌프 슈타이너의 책은 이번에 처음인데.. 상당히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다른 책들도 하나씩 읽어봐야 될 것 같다.
 

발췌

색체 세계는 지구의 진화의 과정에서, 우주에서 지구를 향해 비쳐지는 광휘에서 비롯하였다.
- 73p

색채를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끊임없이 유동하는 생명으로 파악하는 인식 행위가 앞으로 우리의 관심을 끌게 될 것이다.
- 76p

괴테의 색채론에는 영적이며 혼적인 요소가 작용하고 있다. 그 괴테주의를 한층 심화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테면 괴테는 아직 색체에 있어서 상의 성격과 빛남의 성격을 구별하지 않고 있다.
- 77p

신들이 사물을 통하여 자신을 표현했기에 사물은 색을 가지게 되었다.
- 90p

"생명이 없는 물질세계를 색채로 바라볼 때, 당신은 우주적인 것을 추억하는 것이다."
- 90p


진실로 인류는 자연주의에서 스스로를 구원하여, 탈속물화하고, 탈기계화 되어야 한다. 또한 인류는 그것을 희망하고 있기도 하다. 지금 인류는 속물주의와 기계주의적인 틀에 갇혀 추상적인 이론과 단순한 과학주의에 기인하는 실용주의적 태도에 충실하지만, 그러나 그것은 결코 진정한 의미에서 실용주의가 아니다. 인류는 비약할 수 있다. 인류가 비약하지 않는 한 영학이 설 자리는 없다. 영학은 비예술적인 것들에 둘러싸여 호흡곤란에 빠질 것이다. 영학은 예술적인 것 속에서만 자유롭게 살아간다. 올바르게 이해된 영학은 우리의 인식활동에 어떤 장애도 되지 않고, 예술의 방향으로 우리를 이끌어 갈 것이다. 
- 96p

우리들은 자신의 혼을, 내적인 힘을 통하여 다시 한 번 고양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사물의 내적 힘에 사로 잡히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을 위하여, 나는 특별히 중요한 하나의 예로서 우주 속을 유동하는 색채를 고찰한 것이다.
- 107p


미래의 인간은 음의 배후에 까지 체험을 심화시키게 될 것이다. 음 그 자체를 영계입문을 위한 창으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때에는 음과 음을 결합하여 멜로디를 만들고, 그것으로 인하여 불특정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개개의 음의 배후에서 도덕적인 체험을 하는 것이다. 음이란 창을 통하여 영계에 입문하는 것이다. 개개의 음의 비밀이 개개의 음의 체험을 통하여 열리는 것이다.

- 107p


세상사를 읽을 수 없는 사람은 우주문자에 대해서도 문맹인 것이다. 우주문자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세계의 현상들 속에 영계의 작용을 읽을 수 있다.

- 115p


옮긴이의 해설 발췌

색채라는 것이 열이나 빛과 같이 물질계와 영계의 경계에 존재하면서도 열이나 빛보다 더 물질 쪽에 가까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색채를 성찰하고 통과하는 것이 영계로 이입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 될 수 있다.

- 117p


이 책을 한마디로 성격 짓는다면, 색채원근법의 비밀을 밝히는 글이라 할 수 있다.

슈터이너는 "어떻게 영적 색채 체험을 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대답한다. 그것이 본서의 "색체 세계와 음향 세계의 도덕적 체험"이라는 장이다. 여기에 색채 체험의 문제가 너무도 멋들어지게 요약되어 있다. 색채 체험에 의한 영적 수행에 실제적 양상을 묘사한다는 점에서, 다른 어떤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귀중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 12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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