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강섭생

[한의학] 서른세 가지 물

by 하늘의흐름 2018. 5. 11.
반응형

33가지의 물


병부잡이가 생침을 삼키며 유의태를 쳐다보았고 허준도 물었다.

"서른세 가지 물은 의원이 직접 맛을 판별하옵니까, 그 모두 이름이 따로 있습니까?"

"물의 첫째는 정화수를 친다. 그건 성이 평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기 때문이며 하루의 새벽을 여는 천일진정이 이슬이 되어 수면에 맺혔기 때문이다. 하여 병자의 음(陰)을 보하고는 약을 달일 때는 정(精)한 의원은 굳이 이 물을 쓴다. 둘째가 한천수(寒天水)로 여름에 차고 겨울에 온(溫)한 물이 이것으로 그러나 그 진짜는 닭 울음소리가 들리기 전의 것이어야 한다. 너희가 왕산에서 떠오는 물이 이것이다. 감히 이 물은 장복하면 반위(反胃:위암)를 다스린다.

 셋째가 국화수(菊花水), 일명 국영수(菊英水)로 불리는 이 물은 풍비(風痺)를 다스리며 넷째가 납설수(臘雪水), 간이 병들어도 이 물이면 낫는다. 다음이 춘우수(春雨水) 즉 정월의 빗물이니 양기가 쇠한 것을 북돋게 하나 청명 무렵과 곡우 때는 물맛이 변하니 이를 가려 써야 하며, 다음 추로수(秋露水)는 해돋기 전의 것이어야 하되 뱃속의 균을 없애는 약을 짓고자 할 땐 오로지 이 물뿐이며, 다음 창독(瘡毒)을 씻는데는 매우수(梅雨水), 허로(虛勞)를 낫게 하는데는 감란수(甘爛水), 가려움증을 고치는 데는 벽해수(碧海水)로 벽해수란 곧 바닷물로서 이 바닷물을 끓어서 몸을 씻는다. 뼈마디와 근육이 쑤시는 데는 온천수이되 유황내음이 나는 물을 쓰며, 편두통을 다스리는 데는 냉천수(冷泉水)를 사용하나 그 냉천의 바닥에는 반드시 백반이 있으니 목욕하는 철은 해가 져도 아직 땅기운이 더운 유월과 칠월에 한하고 그러나 밤에 목욕하면 편두통은 고치되 실어증을 얻거나 목숨을 잃는다."

 다음 다음 다음 유의태의 입에서는 계속 막힘없이 하빙(夏氷), 반천하수(半天河水), 천리를 흘러온 천리수(千里水), 역류수(逆流水), 요수(療水), 그리고 머리를 감으면 머리가 자라며 머리카락 색이 검어지며 윤이 난다는 시루 뚜껑에 맺힌 물을 가리키는 증기수(?氣水)에 이르기까지 물과 의약에 관한 유의태의 현하(懸河)의 웅변이 계속되었다. 

 모두 코가 빠져 있었으나 허준의 가슴은 요란하게 뛰고 있었다.

아니 그건 전율과 같은 감동이었다.

유의태에게 느끼고 있었던 그 오만과 도도함에 대한 저항이 눈처럼 녹고 있었다.

유의태의 존재가 허준의 눈에 이제는 태산처럼 비치고 있었다.

- <소설 동의보감 상> 133~134p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