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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야독

[소설] 침묵 - 엔도 슈사쿠

by 하늘의흐름 2017.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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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반양장) - 10점
엔도 슈사쿠 지음, 공문혜 옮김/홍성사


내면의 심리묘사가 뛰어난 소설입니다. 
그리고 신앙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주 그리스도는 누더기처럼 더러운 인간만을 찾아 구하셨다.
마루에 누우면서 신부는 그렇게 생각했다.
성경에 나오는 인간들 중 그리스도가 찾아 다녔던 것은, 사람들에게
돌을 맞은 창녀나 가버나움의 혈루병 여인처럼 매력도 없고 아름답지도
않은 존재들이었다. 매력이 있는 것, 아름다운 것에 마음이 끌리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 것은 진정한 의미의 사랑이 아니다. 색
바랜 누더기처럼 되어 버린 인간과 인생을 버리지 않는 것이 사랑이다.
신부는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직 기치지로를 용서할 수 없었다.
또다시 그리스도의 얼굴이 자신에게 다가왔을 때, 그분이 맑고 다정한 눈으로
조용히 이쪽을 바라보았을 때, 신부는 오늘의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했다.
- 181p

기치지로를 바라보는 신부의 마음과 그로 인한 깨달음..


 모래처럼 조용히 흘러가는 이곳에서의 매일이, 강철처럼 긴장된 기분을
조금씩 좀먹어 간다. - 197p

 평안한 생활이 주는 위험. 바쁘면 오히려 나쁜 생각에 휘둘릴 일이 없다.
그렇지만 바쁘기만 한 생활도 좋은 것은 아니다.

 이제 모든 것이 귀찮다는 기분뿐이었다. 지금 상태에서는 죽음이 하루라도
빨리 찾아오는 편이 이 고통스러운 긴장의 연속을 피할 수 있는 단 한가지
길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제는 산다는 것도, 하나님이나 믿음에 대해 번민
하는 것도, 어쩐지 피곤하기만 했다. - 24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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