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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야독

[에세이] 토머스 머튼의 장자의 도

by 하늘의흐름 2017.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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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머튼의 장자의 도 - 10점
토머스 머튼 지음, 권택영 옮김/은행나무


장자의 글을 시처럼 번역했다.


뒤에 붙이는 해설은 번역자의 해설인지,

토머스 머튼의 해설인지 헷갈린다.


아마 역자의 해설로 보인다.

토머스 머튼은 장자의 글을 시처럼 번역했다.

이 책은 절판이라서 요즘엔 좀 구하기 힘든 책이다.





발췌





도는 얼마나 깊은가?


스승이 말씀하셨다.

도가 숨어 있는 곳은 얼마나 깊고,

고요하고, 맑은가!


도의 고요함 없이는 쇠붙이도 울리지 않고,

돌이 마주쳐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

소리의 힘은 쇠붙이 안에 있고,

도는 모든 사물 안에 있다.

그들은 부딪힐 때 도와 함께 울리고

도와 함께 조용해진다.


누가 만물에게 제자리를 말해주는가?

만물의 왕은 자유롭게,

그러나 움직이지 않고, 남모르게 그의 길을 간다.

그는 거래를 할 때는 부끄러워하고,

자신의 뿌리를 근원 깊이, 샘에 내린다.

그의 지식은 정령 속에 싸이고,

그는 점점 커져서 위대한 가슴과 세상의 피난처를 연다.


미리 생각하지 않지만

위엄 있게 나타나고

계획 없이 그의 길을 가지만

만물이 그를 따른다.

이것이 삶 위를 달리는

군자이다.


그는 어둠 속에서 보고

적막 속에서 듣는다.

깊은 어둠 속에서 오직 그만이 빛을 본다.

깊은 적막 속에서 오직 그만이 음악을 듣는다.

그는 가장 낮은 곳에 내려가 사람들을 만나고,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 의미를 만난다.

그는 만물에 닿아 있다.


존재하지 않는 것이 그의 길을 가고

움직이는 것은 그가 딛고 있는 것이요,

그에게 큰 것은 작고,

긴 것은 짧고, 먼 것은 가깝다.

(12편 3절)

- 100 ~ 101p





삶이 충만할 때는 역사가 없었다.


 지상에서 삶이 충만했을 때는 아무도 가치 있는 사람이 되려고 하지 않았고,

아무도 능력 있는 사람을 가려내지 않았다. 왕은 그저 가장 높이 달린 나뭇가지였고,

백성들은 숲에서 뛰노는 사슴이었다. 그들은 정직하고 의로웠지만 '임무를 다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고, 서로 사랑하면서도 그것이 '이웃 사랑'인 것을 몰랐다. 그들은 아무도 속이지 않았지만 '믿을 수 잇는 사람'이라는 것을 몰랐고, 서로 믿고 살면서도 '훌륭한 믿음'이라는 것을 몰랐다.

 그들은 서로 주고 받으며 살았지만 그들이 너그럽다는 것을 몰랐다. 이런 이유로 해서 그들의 행위는 기록되지 않았고, 그래서 그들에게는 역사가 없다.

(12편 13절)

- 109p




도인


물 흐르듯 도를 행하는 사람은

자신의 행동으로 

남에게 해를 입히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친절'하거나 '너그럽다'는 것을 모른다.


달 가듯이 도를 행하는 사람은

자신의 이익에 매달리지 않고

매달리는 사람을 경멸하지 않는다.

그는 돈을 모으려고 애를 쓰지도 않지만

가난이 미덕이라고 믿지도 않는다.


그는 타인에게 의지하지 않지만

홀로 가는 것을 자랑하지도 않는다.

무리를 따르지 않지만

그런 사람에게 불평도 하지 않는다.


지위와 제물에

연연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모욕과 수치에

좌절하지도 않는다.


항상 옳음과 그름을

가르지 않고

'예'와 '아니오'를 정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옛사람이 일렀다.

"도인은

드러나지 않는 은자이고

완벽한 미덕은

남을 지배하지 않으며

마음이 없는 곳에

참 마음이 숨쉰다.

그러니 가장 위대한 사람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다."

(17편 3절)

- 138p





완벽한 기쁨


하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하늘의 무위는 청명함이다.

땅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땅의 무위는 휴식이다.

이 두개의 무위가 합쳐지면서

모든 행동이 시작되고, 

만물이 탄생한다. (18편 1절 中)

- 152p




이기려고 애를 쓰면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활을 쏘면

재능을 한껏 발휘하지만

놋쇠고리를 바라고 쏘면

이미 긴장한다.

금상을 걸고 활을 쏘면

눈이 흐려져

과녁이 두 개로 보이니

이미 제정신이 아니다!


그의 기교는 변함이 없지만

상이 그의 마음을 갈라놓는다.

근심에 싸인 궁수는 

활쏘기 자체보다는

상을 타는 것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

그래서 이기려 애쓰니

그것이 그의 힘을 빼앗는다.

(19편 4절)


세상살이는 물 흐르는 것과 같아 때를 쓰거나 억지로

하려 들면 더 안 되는 때가 많습니다. 그저 자연스럽게

인간의 본성을 따라가면 그것이 이기는 것이지요. 

- 163 ~ 164p




나무 조각가


목공예의 대가인 자경은

귀한 나무로 북틀을 만들었는데

일을 끝내자 보는 사람마다 놀라워하며

마치 신령이 빚은 것 같다고 했다.

노나라의 왕이 장인을 향해 물었다.

"그대의 비결은 무엇인가?"

자경이 대답했다.

"목공에 불과한 제게

무슨 비결이 있겠습니까?

있다면 한 가지,

명령받은 일만 생각하면서

중요치 않은 사소한 것들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금식을 했습니다.

사흘간 금식하니

이득과 성공에 대해 잊었습니다.

닷새간 금식하니

칭찬과 비난에 대해 잊었습니다.

일곱 날을 금식하니

수족과 몸이 있다는 것을 잊었습니다.


이때쯤에는 왕이나 조정에 대한

모든 생각을 잊었습니다.

일을 방해할 만한 온갖 일들이

사라졌습니다.

저는 오직 북틀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자연 그대로의 나무를 보기 위해

숲으로 들어갔지요.

바로 그 나무가 눈에 띄었을 때

저는 그 속에서 뚜렷이 북틀을 보았지요.

그저 손을 내밀어 

일을 시작하면 되었습니다.


만일 바로 이 나무를 못 만났더라면

북틀이라는 것도 없었을 겁니다.


무슨일이 일어났냐고요?

나의 정신 집중이

나무 속에서 숨은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지요.

바로 이 생생한 만남에서

신령이 만들었다고 말하는

작품이 태어난 것입니다."

(19편 10절)


어떤 일을 가장 잘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득과 성공, 칭찬과 비난,

자신의 수족과 몸 그리고 마침내는 왕과 조정이 있다는 것마저도

잊고 해야할 일만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 경지에 이르러서야 나무가 보이고

조각할 대상이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이 일을 했을 때 이득이 얼마인지,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데, 꼭 칭찬 받아야 하는데...'

따위의 걱정을 안고 일을 하면 진수를 얻지 못합니다. 

- 171 ~ 17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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