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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 차가운 바람이 스쳤습니다. 남루한 사형수는 연신 기침을 해대며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오늘의 날씨는 맑고 쾌청했습니다.
사형수는 두 손으로 정성스레 물을 부어 줍니다.
감옥의 비좁은 틈새로 들어오는 한줄기의 빛에서,
갈라진 바닥을 뚫고 새싹이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죄인의 손에서 말이지요.
죄수복을 입은 그는 기쁘게 웃습니다.
밤이면 밤마다 지쳐서 잠이 들 때까지 자장가를 불러주고,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오늘은 꽃이 폈나 안 폈나 살펴보곤 했지요.
그렇게 물을 주고, 마음을 졸이는 가운데 결국 그날이 오고 말았어요.
사형 식을 하는 날이 된 거죠.
사형수는 그날 죽었습니다.
그리고 죄인의 손에 키워진 풀은
마침내 꽃을 피워서 그 향기를 내뿜었답니다.
그 향기는 죄인들의 감옥에 가득히 퍼져나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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