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전체 글1015

날개 다친 철새 태양이 떠오르고 있어요. 철새는 그 일출에 맞춰 고지를 힘차게 날아오릅니다. 그 새들이 가는 곳은 바로 히말라야 산이랍니다. 거센 눈보라와 부딪히는 새떼들은 비틀거리면서 다시 날아오릅니다. “내가 앞서 갈 테니 모두 나를 따라 오도록 해.” 그 새의 말에 모두들 질서 정연히 열을 지었습니다. 맨 앞에서 새가 날아갈 때 뒤에 있는 새들은 자기들끼리 이야기하기 정신이 없었어요. “쟤, 너무 나서는 것 아니야? 여긴 히말라야라고.” “놔둬,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을 어떻게 그만두라고 할 수 있겠어.” 선두에서 나는 새는 바른 길로 인도하여 히말라야산을 넘어갈 수 있었답니다. 하지만 그 새는 이제 두 번 다시 날개를 쓸 수 없게 되었어요. 그 험한 산을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선두에서 날다 보니 날개가 모두 망.. 2009. 10. 12.
시간을 살리는 사람 어느 상인이 있었습니다. 그는 굉장히 많은 재산을 보유하고 있었고, 그것을 통해 큰 사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사업차 버마(지금의 미얀마)로 가고 있었답니다. 그리고 그는 어떤 사람을 보았습니다. 그 사람은 강물에 앉아 있었습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상인은 그 사람을 보고는 말했습니다. “참으로 한심한 사람이로군. 저렇게 게을러 빠졌으니 저 모양 저 꼴이지 저런 식으로 시간을 쓰다간 누구나 다 거지가 되어버리고 말 거다. 여봐라, 저 불쌍한 사람에게 돈을 나눠줘라.” 그러면서 상인은 막대한 돈이 든 주머니를 그 사람에게 건네주었답니다. 그는 돈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강물에 던졌습니다. 상인이 대뜸 놀라서 물었습니다. “왜 던졌소?” 그러자 그가 말했습니다. “저는 거지가 아닙니다.” 상인은 .. 2009. 10. 12.
시주와 동냥 거지가 마을을 돌며 동냥을 하고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거지에게 남은 밥을 베풀었답니다. 한편, 저편에서는 스님이 마을을 돌며 시주를 받고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신심이 깊어서 밥을 듬뿍 시주 했답니다. 거지는 그 스님을 보며 생각했어요. ‘나랑 다를 바가 없는데? 그저 동냥으로 먹고 사는 것뿐이잖아. 복장도 초라하기 짝이 없고.’ 거지는 스님 옆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러자 스님이 시주 받은 밥을 거지의 밥그릇에 퍼줬습니다. 거지는 깜짝 놀랐답니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았죠. 스님이 말했습니다. “밥이 부족하신 모양이군요.” 그러더니 그릇째로 거지에게 밥을 넘겨주고 그 마을을 떠났답니다. 2009. 10. 12.
수행자의 책 어느 수행자가 있었다. 그 수행자는 아침에 일어나면 어김없이 그 책을 보았다. 또한 저녁에 잠들기 전에 반드시 그 책을 보았다. 허나 그 책이 무엇인지 결코 말하지 않았고, 물어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수행자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그 책을 펼쳐 보았다. 하지만 그 책에는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았다. “뭐야?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잖아? 대체 뭘 보고 있었던 거지?” 그 때,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수행자가 말했다. “나는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모든 것을 본다네.” 2009. 10. 12.
염화미소 부처가 제자들을 불러모았다. 제자들은 삼삼오오 부처님 곁에 앉아 그분의 말씀을 듣고자 하였다. 그때 부처님 께서 연꽃 한 송이를 드셨다. 좌중들은 무슨 뜻인지 알길이 없었다. 모두들 뜬구름 처럼 멍하니 허공을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때, 제자 하나가 크게 웃었다. 부처도 크게 웃었다. 좌중들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부처와 그 제자는 좌중이 이리하던 저리하던 세상 모르고 웃고 있었다. 좌중은 영문을 몰랐으나 그들이 끊임없이 웃음을 터뜨리자 하나 둘씩 웃기 시작했다. 시작은 없었다. 끝도 없었다. 모두들 한 마음이 되어서 끊임없이 웃었다. 너도 나도 함께 웃었다. 그 자리엔 어떠한 말도, 어떠한 뜻도 존재하지 않았다. 모두 같은자리. 같은 공간. 같은 세계에서 한없이 웃고 또 웃었다. 날이.. 2009. 10. 12.
죄인의 희망 감옥으로 차가운 바람이 스쳤습니다. 남루한 사형수는 연신 기침을 해대며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오늘의 날씨는 맑고 쾌청했습니다. 사형수는 두 손으로 정성스레 물을 부어 줍니다. 감옥의 비좁은 틈새로 들어오는 한줄기의 빛에서, 갈라진 바닥을 뚫고 새싹이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죄인의 손에서 말이지요. 죄수복을 입은 그는 기쁘게 웃습니다. 밤이면 밤마다 지쳐서 잠이 들 때까지 자장가를 불러주고,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오늘은 꽃이 폈나 안 폈나 살펴보곤 했지요. 그렇게 물을 주고, 마음을 졸이는 가운데 결국 그날이 오고 말았어요. 사형 식을 하는 날이 된 거죠. 사형수는 그날 죽었습니다. 그리고 죄인의 손에 키워진 풀은 마침내 꽃을 피워서 그 향기를 내뿜었답니다. 그 향기는 죄인들의 감옥에 가득히 퍼져나.. 2009. 10. 12.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