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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단상

버스에서 만난 손님

by 하늘의흐름 2009.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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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갔다가 학교로 돌아가는 길.

어깨는 천근 만근

발목은 비틀 비틀

하지만 나는 미소짓고 서 있네.

버스에서 바다를 보았기 때문이라네.

버스는 사실 배였다네.

 

그대는 들어본 적 있는가?

세상 모든 소리가 파도 소리 처럼 들리는 것을.

 

그대는 느껴본 적 있는가?

한순간 가슴이 툭 트여버리는 자유로움을.

 

난 버스에 그저 서있었는데, 바다가 나를 찾아왔다네.

바다는 내 가슴을 한껏 열어주었고,

바람은 내가 바다와 만나고 있다는 것을 실감나게 해주었네.

 

나는 더 이상 버스에 있지 않았네.

나는 이제 배 위에 올라서 바다를 만끽하고 있었네.

 

모든 것은 활짝 트여 있었고,

모든 것은 활짝 개어 있었네.

 

웃음이 새어나오네.

 

사람들을 볼때면 웃음이 나온다네.

 

스스로 상처에 칼을 찌르면서 아프다고 하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두 다리가 멀쩡해도, 절뚝 거리며 걷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파도 소리 여전하고,

바닷내음 여전하건만

 

바다를 바다인줄도 모르고

스스로 가슴에 칼질하며 살아가는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세상을 향해

구슬픈 웃음을 짓는 이유는 무엇일까?

 

1초라도 빨리 버스에 타고자 하는 이를 볼 때,

몸도 마음도 급해 빨리 떠나고자하는 이를 볼 때,

마치 어린아이가 반찬투정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

 

세상이 내게 콩깍지를 씌운걸까.

하지만 이런 즐거운 콩깍지라면 얼마든지 뒤집어 쓰겠다.

이렇게 자유로운 콩깍지라면 기꺼이 뒤집어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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