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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연적

염화미소

by 하늘의흐름 2009.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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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가 제자들을 불러모았다.

 제자들은 삼삼오오 부처님 곁에 앉아

그분의 말씀을 듣고자 하였다.

 

그때 부처님 께서 연꽃 한 송이를 드셨다.

 

좌중들은 무슨 뜻인지 알길이 없었다.

 

모두들 뜬구름 처럼 멍하니

허공을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때,

제자 하나가 크게 웃었다. 부처도 크게 웃었다.

 

좌중들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부처와 그 제자는 좌중이 이리하던 저리하던

세상 모르고 웃고 있었다.

 

좌중은 영문을 몰랐으나 그들이 끊임없이 웃음을 터뜨리자

하나 둘씩 웃기 시작했다.

 

시작은 없었다. 끝도 없었다.

모두들 한 마음이 되어서 끊임없이 웃었다.

너도 나도 함께 웃었다.

 

그 자리엔 어떠한 말도,

어떠한 뜻도 존재하지 않았다.

 

모두 같은자리. 같은 공간.

같은 세계에서 한없이 웃고

또 웃었다.

 

날이 가는 줄도 모르고

모두들 그렇게 하염없이 웃고 울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웃음이 가라앉았다.

 

모두의 마음이 싱그러워졌다.

 

부처님 손 위의 꽃 한송이에.

 

제자들이 물러간 자리에는

부처와 그 제자 만이 남아 있었다.

 

부처는 그 꽃을 제자에게 건넸다.

그 제자는 다시 웃기 시작했다.

부처도 웃기 시작했다.

 

둘은 날이가는 줄도 모르고 웃었다.

계속해서 웃었다.

 

닭이 울고 달이 뜨고 해가 떠도

그들의 웃음은 그치질 않았다.

 

그들은 계속해서 웃고 또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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