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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야독

[IT/게임] 영지주의에 대하여

by 하늘의흐름 2016.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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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사전
국내도서
저자 : 모리세 료 / 김훈역
출판 : 비즈앤비즈 2015.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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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온과 아르콘 신에 대한 불신에서 생겨난 이단 교리

 

영지주의란 2~3세기 무렵 지중해 지역에서 번영한 유대교를 기반으로 하는 종교 사상이다. 이들은 초기 기독교 입장에서는 미트라스교 이상으로 위협적인 이단 사상이었다. 기독교 신학은 이러한 영지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발전했다고도 볼 수 있다.

 영지주의를 창시한 자는 신약성경 사도행전에 등장하는 사마리아의 마술사 시몬(시몬 마구스)라고 한다. 신약성경 위경을 포함한 전설에 따르면 이집트에서 마술을 배운 시몬은 12사도와 결별한 후 기독교도를 적대시하게 되었고 원로원 의원 마르켈루스를 마술로 농락해 기독교도를 탄압하도록 했다고 한다. 도 그는 초기 기독교의 박해자인 네로 황제의 궁정마술사였다고 한다.

 시몬의 가르침은 숨겨진 신의 지식을 얻음으로써 인간 속에 갇힌 최고 신의 불꽃을 각성시켜 본래의 모습인 신의 세계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영지주의의 근본은 전지전능해야 할 신이 창조한 세계가 왜 악과 고통으로 가득하게 되었는가라는 근원적인 의문에서 출발한다.

 유대교도들은 세상에 악이 만연한 이유는 신의 뜻을 저버린 천사들-타락천사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대해서 영지주의는 창조신(데미우고로스)이 본디 사악한 존재라고 해석했다. 영지주의자들은 구약성경의 신을 사악한 창조신으로 재평가함으로써 독자적인 창세 신화를 만들었고 진실된 인식(그노시스)를 얻음으로써 사악한 물질 세계에서 탈출하여 높은 차원의 빛의 세계로 가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또 기독교 교리를 도입한 영지주의자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물질 세계에서 고통 받는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서 빛의 세계에서 파견된 아이온이라고 생각하고 자신들의 사상에서 구세주를 의미하는 진실을 계시하는 자라고 불렀다.

 신학자와의 이론 논쟁에서 패배한 영지주의자들은 서서히 모습을 감췄으나 일부 사람들은 기독교의 일파로 위장하고 마니교나 바아로파, 보고밀파, 카타리파 등 다양한 종파로 모습을 바꾸어 14세기 무렵까지 명맥을 유지했다.

 

선한 아이온과 악한 아르콘

 

아이온은 영지주의의 창세신화 등에서 신을 섬기는 천사에 해당하는 존재다. 아이온이란 그리스어로 시간’,’시대’,’세대를 의미하는 단어로 영지주의 교리에서는 진정한 신에게서 나온 세계에 충만한 사랑진실등 각각의 추상적인 개념이었으나 이윽고 그러한 개념이 의인화되어 인격을 갖춘 천사와 같은 존재로 생각되기에 이르렀다.

 소아시아의 스미르나(서머나)에서 태어나 갈리아의 리용으로 가 기독교를 포교한 2세기의 이레나이우스는 영지주의를 반론하고 이들을 비난하는 저서인 이단 교리에 대한 반박을 저술했다.

 역설적으로 이 책은 당시의 영지주의의 교리에 대해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되었으며, 발렌티누스의 제자인 프톨레마이오스 일파가 주장했다고 하는 아이온의 30가지 이름을 파악할 수 있다.(다만 실제 교리와는 다를 가능성도 있다.)

 우선 최초에 프로아르케proarkhe(원초) 또는 프로파토르propator(선조) 또는 비토스Bythos(심연), 엔노이아ennoea(생각), 카리스Charis(은총) 또는 시게Sige(침묵)이라는 이름의 완전한 아이온이 존재했다.

 비토스는 최초의 만물을 스스로 발출하려고 마음먹고 시게의 태내에 자신의 씨앗을 놓아 잉태시키고 누스Nous(영지) 또는 모노게네스(Monogenes;독생자) 또는 파테르Pater(아버지) 또는 마누물의 아르케Arkhe(처음)와 아레티아Aletheia(진실)를 발출했다. 이 네 아이온은 만물의 근원이라 불린다.

 이어서 누스는 로고스Logos()와 조에Zoe(생명)를 발출했고 로고스와 조에는 안트로포스Anthropos(인간)와 에클레시아Ecclesia(교회)를 발출했다.

 이러한 아이온은 모두 양성구유의 존재이며 프로파토르는 엔노이아, 누스는 아레티아 이렇게 대칭되는 존재와 함께 존재한다고 한다.

 도 로고스와 조에는 비티오스Bythios(깊은 곳에 있는 것), 믹시스Mixis(섞임), 아게라토스Ageratos(늙지않는 것), 헤노시스Henosis(일치), 아우토피에스Autophyes(스스로 성장한 것), 헤도네Hedone(쾌락), 아키네토스Acinetos(움직이지 않는 것), 신크라시스Syncrasis(혼합), 모노게네스Monogenes(독생자), 마카리아Macaria(행복)라는 10가지 아이온을 발출했다.

 안트로포스와 에클레시아는 파라클레투스Paracletus(도우시는 주), 피스티스Pistis(신앙), 파트리카스 Patricass(아버지에게 속한 자), 엘피스Elpis(희망), 아가페Agape(사랑), 아이노스Ainos(영원한 영지), 시네시스Synesis(이해), 에클레시아스티쿠스Ecclesiasticus(교회에 속한 자), 마카리오테스Macariotes(행복), 텔레투스Theletus(원함받는 자), 소피아(Sophia;지혜)를 발출했다고 한다.

 

사악한 아이온

 

 이 아이온과 대조를 이루는 타락천사에 해당하는 것이 사악한 창조신에게서 태어난 아르콘Archon이다. 그 이름은 그리스어로 지배자를 의미한다.

 창조신 얄다바오트Yaldabaoth가 첫 번째 아르콘이며, 얄다바오트는 아이온을 모방해 다른 아르콘을 창조했다.

 이들의 수는 일곱이라는 설과 열둘이라는 설이 있으며 더 많은 경우도 있다.

 아르콘은 창조신에게 협력해 사악함으로 가득한 지상 세계를 지배하는 존재로 인간의 영적 본질을 육체에 가둬놓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아이온과 아르콘은 전혀 다른 존재가 아니라 상위 계급의 아르콘이 하위 계급의 아이온이라고 생각되는 경우도 있다. 강력한 아르콘 중에는 신의 지식에 도달해 자신의 죄를 회개하고 아이온으로 승화된 아브락시스abraxas 같은 자도 존재한다.

 

 

얄다바오트(사클라스) – 사악한 물질 세계를 창조한 거짓 신

 영지주의에서 등장하는 세계의 창조신(데미우로고스) 얄다보아토는 피스티스 소피아의 잘못으로 인해 태어난 사악한 세계와 그 세계를 지배하는 아르콘들을 창조한 거짓 신이다. 얄다바오트라는 이름의 의미는 정확히 파악할 수 없으나 히브리어의 혼돈의 자식에서 유래한다는 설이 있다. 시리아어로 어리석은 자를 의미하는 사클라스Saklas(출처: 나그함마디 문서 아르콘의 본질), ‘눈먼신을 의미하는 사마엘Samael(출처: 아르콘의본질)이라고도 불린다.

 영지주의의 창세 신화에 따르면 얄다바오트는 물에 비친 신의 모습을 모방해 아담을 창조햇으나 아담을 일으켜 세울 수 없었다. 자신의 잘못을 후회한 소피아는 얄다바오트를 천국(플레로마Pleroma)에서 추방하고 아담에게 지성의 빛을 주입했다. 이렇게 하여 인간의 영혼에는 진실된 신의 빛이 자리잡았다.

 영지주의 문헌에서 얄다바오트는 뒷발로 서있는 사자의 모습으로 묘사된다. 이 때문에 구약 위경 에즈라서나 영지주의 문헌인 피스티스 소피아등에서 언급되는 신의 사자아리엘Ariel과도 동일시 된다.

 

피스티스 소피아 얄다바오트를 낳은 지혜의 아이온

 

 피스티스 소피아는 고대 그리스어로 지혜를 의미하는 소피아를 의인화한 아이온이다. 신의 여성적인 측면인 지혜가 발출된 존재인 피스티스 소피아는 가장 젋은 아이온으로 아버지 신에 대한 열정 때문에 반려자 없이 자식을 낳는 잘못을 범했다. 이렇게 태어난 얄다바오트가 불손하게도 아르콘과 물질 세계를 창조한 것을 본 피스티스 소피아는 자신의 숨결로 불의 천사를 낳아 얄다바오트를 속박한 후 심연(타르타루스)의 바닥으로 던졌다.

 발렌티누스파의 교리에 따르면 소피아의 아버지 신에 대한 사랑Enthumesis이 아카모트Achamoth라는 분신으로 분리되었고, 아카모트가 천국(플레로마)의 아이온을 모방해 낳은 것이 얄다바오트라고 한다.

 신의 여성적 측면이 존재한다는 생각은 영지주의 고유의 것이 아니라 기독교에서는 신, 예수 그리스도와 삼위일체를 이루는 성령, 카발라에서는 신의 곁에 있는 빛이며, 때로 의인화되기도 하는 쉐키나Shekhinah가 각각 피스티스 소피아에 해당한다. 한편, 동방정교회가 6세기에 세운 성 소피아 교회에 당혹한 로마 가톨릭은 소피아라는 이름의 성인을 새로 창작해야만 했다.

 

두나미스 천국을 수호하는 능력을 가진 아이온

 

두나미스란 능력을 의미하는 단어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에서 말하는 아직 꽃을 피우지 않은 씨앗이 비유되는 가능태, 즉 무엇인가가 될 가능성이 있는 질료에 해당하는 개념이 의인화된 아이온이다. 최고신인 신의 남성적인 측면인 능력이 발출되었다는 의미에서 두나미스는 피스티스 소피아와 대비되는 존재라고 생각된다.

 ‘지혜를 중요시하는 영지주의에서 능력을 관장하는 두나미스는 아무래도 부정적으로 취급되는 존재다. 그러나 2세기의 기독교 교부인 이레나이우스의 저서 이단 교리에 대한 반박에 나오는 발렌티누스파의 교리에 따르면 피스티스 소피아가 잘못을 범했을 때 천국(플레로마)에 최소한의 피해만 받도록 힘쓴 존재가 두나미스라고 한다. 발렌티누스는 2세기 초의 이집트에서 태어난 영지주의적인 사상을 가진 기독교 교부이다. 140년에 로마로 간 발렌티누스는 초기 기독교 교회에 영지주의적인 성경 해석을 도입하려는 운동을 펼쳐 일파를 이루었으나 이레나이우스나 오리게네스 아다만티우스 등에게 이단이라고 공격받았다.

 

아브락사스 스스로 아이온의 자리에 올라간 괴상한 모습의 아이온

 

 아브락사스는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서 활동한 발렌티누스파라는 영지주의 일파가 숭배한 아르콘이다. 발렌티누스파의 교리에 따르면 다름아닌 아브락사스가 물질세계를 창조한 아르콘이며 ‘abraxas’의 알파벳을 숫자로 바꾸면 그 합계가 365가 된다는 점에서 365개의 하늘 내지는 1 1 365일을의 지배자라고 믿어졌다. (아브락시스의 그리스어 표기인 ABPAΣΘ A = 1, P = 100, A = 1, Σ = 200, A = 1, Θ = 60으로 바꾼 결과) 또 미트라를 숫자로 바꾼 결과 역시 365이다.

 아브락사스는 인간의 몸에 닭의 머리와 뱀의 다리를 가졌다고 하는 괴상한 모습으로 묘사되는데 오른손에 든 채찍은 두나미스의 화신이라고한다. 아브락사스가 얄다바오트와 크게 다른 점은 인식조차 할 수 없는 초월적인 세계와 불가지한 신이란 존재에 도달함으로써 자신의 오만함을 회개해 직접 아이온의 자리에 올라섰다는 점이다.

 아브락사스는 영지주의 문서인 이집트 복음서에서는 빛을 보조하는 위대한 자로 칭송되며 아담 묵시록에서도 선택받은 인간을 천국(플레로마)으로 인도하려고 하늘에서 내려온 위대한 선택

자로서 언급되고 있다.

 

엘레레트 신의 영지를 체현하는 빛의 천사

 

 지혜의 천사 엘레레트는 나그 함마디 문서의 아르콘의 본질에서 사악한 아르콘들에게 현혹당하는 노레아Norea라는 여성의 기도에 응답해 만물의 신이 파견한 존재다.

 노레아는 아담과 하와가 셋 다음에 낳은 딸이다. 엘레레트는 자신의 정체를 성령의 앞에 선 자라고 밝히고 노레아에게 신의 영지, 그노시스를 전수한다.

 또 영지주의 문헌인 이집트 복음서에 따르면 엘레레트는 빛의 세계인 플레로마에서 스스로 출현한 자(=그리스도)에 속하는 네명의 위대한 빛 중 하나이며 아르모젤Harmozel, 오로이아엘Oroiael, 다비에테Daveithe에 이어 최하위의 자라고 간주된다. ‘요한의 비밀 가르침에서 이들 빛나는 존재는 장소의 이름으로 등장하며, 아담의 아들 셋이 출현하고 5천년 후에 각각 3, 12명의 아이온이 그곳에서 출현한다. ‘3부로 이루어진 최초의 사고에서는 위대한 빛 엘레레트는 스스로 왕이라고 밝히고 누가 혼돈의 자이며, 누가 음부의 자인가?’라는 그의 질문에 응하여 빛의 에피노이아Epinoia(피스티스 소피아)로부터 사클라스, 사마엘, 얄다바오트라 불리는 악령이 출현한다고 나온다.

 

 

 

<천사 사전> 244~25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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